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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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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이 사는 법 근위병의 호위를 받으며 백마가 끄는 황금 마차를 타고, 만면에 행복 가득한 미소를 띤다. 그리고 유유히 손을 흔든다. 마차가 가는 길은 왕자와 왕비를 축복하러 나온 백성들로 가득하고, 하늘에서는 축복의 꽃가루가 하염없이 흩날린다. 세상에 모든 남녀가 꿈꾸는 로망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오래된 동화 속의 한 장면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현실이고, 생활이다. 바로 이 주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Her Majesty The Queen, Buckingham Palace, London, SW1A 1AA 2011년 4월, 세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왕위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었다. 8천5백 명의 저널리스트들이 전 세계에서 달려왔고, 180개국 2..
바다를 품은 땅, 룰워스 코브와 쥬라기 코스트 (앞 글 '폐허의 미학'에서 이어짐) 코프캐슬에서 해안선을 따라 25분쯤 서쪽으로 달리면 룰워스 코브(Lulworth Cove)다. 깊이에 따라 물 색깔이 다르게 보일 정도로 청정한 바닷물, 모양이나 색깔은 제각각이지만 파도에 쓸리고 저희끼리 부딪쳐 하나같이 동글동글 하고 반질반질해진 돌멩이를 볼 수 있는 그런 바닷가다. 신이 떨어뜨린 조가비에 맑은 물이 고인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만(灣)인데 바다로 통하는 입구가 없다면 작은 호수로 보일 수도 있다. 룰워스 코브를 둘러싸고 있는 언덕 위에 올라서면 하늘과 바람과 시원하게 펼쳐진 북대서양을 마주할 수 있다. 발이나 몸을 담그기에는 태양 볕 뜨거운 여름이 제일이겠지만 손을 담가보는 정도로 충분한 나는 가급적 번잡한 계절을 피한다. 가을이나 겨울, 그때..
폐허의 미학(Cult of Ruin) (앞 글 '5대 600으로 맞짱뜬 여자'에서 이어짐) 영국에서는 허물어진 성, 허물어진 사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전쟁으로 허물어진 곳도 있지만 시민전쟁 이후 왕정을 무너트리고 정권을 잡은 의회, 오늘날로 따지면 국회가 철거 명령을 내리거나 주인이 떠나면서 혹은 쫓겨나면서 방치돼 자연스럽게 허물어진 경우가 더 많다. 의회가 철거 명령을 내린 이유는 성이 더는 저항의 본거지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코프캐슬 역시 심하게 허물어진 성이다. 의회군의 손에 넘어갔을 때 파괴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이 너무 튼튼했다. 의회군이 화약까지 동원했지만, 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었다. 주민들이 성벽의 일부를 떼어다가 집을 짓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도 코프캐슬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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