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이드 한 명이 탄생하는 데는 평균 20년이 걸렸다.
드루이드는 5~6세부터 정치와 법률, 철학과 종교, 의료, 천문학, 자연과 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식을 습득해야 했고 그만큼 절대적인 지도자로 추앙받았다. 드루이드는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다른 생명으로 옮겨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고 믿었는데 그래서 켈트족이 그렇게 용맹했다는 견해도 있다. 그들에게 목숨은 한 개가 아니었던 것이다. 드루이드에게는 여러 가지 특권이 있었는데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며, 범죄를 저지르거나 불경한 행위를 한 사람을 부족에서 추방할 수도 있었 다. 어떤 경우에는 전쟁 중 전투를 중지시킬 수도 있었다고 한다. 여성 드루이드는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았고 이혼을 할 수도 있었다. 고대사회에서는 이례적인 특권이었다. 존경이 지나쳐서였을까? 신화 속에 드루이드는 주로 신비한 능력을 가진 마법사로 등장한다. 전쟁을 예언하고, 사람을 동물로 만들고, 폭풍을 일으키고 하는. “오늘날의 기독교도 드루이드의 영향을 받았다”, “초기 드루이드인의 대부분은 기독교인이었다” 고 하는 주장도 있는 것을 보면 홍해를 가른 모세도 드루이드가 아니었을까 하는 비약적인 상상도 하게 된다.
자연주의 철학가로, 영화와 문학을 통해 재등장
로마의 탄압과 기독교의 번성으로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드루이드는 18세기부터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 옛날 절대자의 모습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자연주의 철학 운동가에 가까운 모습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돌이나 나무를 숭배하는 샤머니즘적 성격을 띠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대중은 판타지 소설을 통해 드루이드를 더 많이 만난다. 톨킨의 호빗과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간달프,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와 ‘아서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마법사 멀린이 드루이드의 모습이고, J.K. 롤링의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교장과 마법학교의 아이들이 드루이드 교육과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드루이드의 어원은 불분명한데 아일랜드 고유의 언어인 게일어로, 참나무(떡갈나무)를 뜻하는 ‘도이어’에서 파생된 단어라는 것이 가장 설득력있게 떠돈다. 참나무는 지식의 상징이다. 그래서 드루이드는 지금도 참나무를 신성시한다.
어두운 숲 속의 흙무덤
앵글씨는 그런 사연을 가지고 있는 섬이다. 물론 그 흔적이 많지도 않고 감탄을 자아낼 만큼 거대하거나 화려하지도 않지만 한 번쯤 가볼 만한 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 때가 되면, 앵글씨의 후손들은 아직도 조촐한 의식을 치른다. 그들이 의식을 치르는 장소는 ‘Bryn Celli Ddu’라고 불리는 선사시대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웨일즈인의 발음을 따라서 읽어 보자면 ‘브린 케씨 듸’쯤 된다. ‘어두운 숲 속의 흙무덤’이라는 뜻이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의 무덤과 똑같이 생겼다. 다만 크기가 서너배쯤 크고 무덤 주변을 에이브베리처럼 지름 26m의 원형 도랑이 두르고 있다. 바위도 둘러쳐서 있었다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 점으로 무덤 안에 방이 있다. ‘브린 케씨 듸’는 보기에는 작고 초라하지만 웨일즈를 대표하는 선사시대 유적이다.
원래 ‘브린 케씨 듸’는 훨씬 컸는데 1928년에 세월 따라 훼손된 유적을 발굴과 동시에 복원하면서 작아졌다고 한다. ‘브린 케씨 듸’는 탄소연대 측정결과 약 5천 년쯤 된 것으로 밝혀졌다. ‘브린 케씨 듸’를 오랬동안 연구한 피온 레이놀드 박사 (Dr. Ffion Reynolds)는 스톤헨지보다 약간 더 오래됐고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는 한 500년 정도 앞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부족 행사와 회의 장소로 쓰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용도는 무덤이었을 것으로 믿는다. 봉분을 둘러싼 돌들 아래서 인골과 화살촉, 부싯돌, 조개껍질과 돌구슬 등의 유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추수철을 가늠하는 달력으로 쓰이지 않았을까 하는 견해도 있다. ‘브린 케씨 듸’는 돌을 쌓아 만든 방과 일직선 통로를 흙으로 덮어 봉분을 만든 것이다. 21세기 드루이드들이 의식을 치르는, 해가 가장 긴 하짓날 오후가 되면 황금빛으로 변한 햇빛이 서쪽 통로를 통해 무덤 안의 방을 밝히고 일직선으로 입구까지 관통한다. 그런 현상이 있는 날을 기점으로 삼으면 달력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래도 무덤이 주된 역할이었을 것이다. 피온 레이놀드 박사는 아마도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뼈를 ‘브린 케씨 듸’ 방에 놓고 뼈가 햇빛을 받으면 환생할 것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르겠다며 종교적 메시지가 강하게 스며있는 장소라고 말한다. ‘브린 케씨 듸’가 ‘어두운 숲 속의 흙무덤’이라는 뜻이라고 하지만 실상 가보면 숲이 아니라 농장 소유의 초원 한복판에 있다. 5천 년 전에는 숲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초원이다. 개인 땅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차는 길가 주차장에 세우고 먼지 폴폴 날리는 흙길을 10~15분쯤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아무 절차나 제지 없이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하다. 사실 방문객이 거의 없는 곳이다. 아는 사람만 알고,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앵글씨의 드루이드 들은 이렇게 말한다
“로마 황제 시저는 우리를 완전히 없앴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아직 여기 이렇게 남아있습니다.”
그나저나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마을은 뉴질랜드에 있다. 마을 이름이 ‘Taumatawhakatangihangakoauauotamateaturip ukakapikimaungahoronukupokaiwhenuakitanatahu’로 총 85자다.
‘타마테아라는 큰 무릎을 가진 등산가가 여행을 하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피리를 불었던 정상’이라는 뜻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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