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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페로 아일랜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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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 아일랜드 (Faroe Island)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상 모든 이들에게 낯선 섬나라다. 그래서 페로 아일랜드를 직접 다녀온 사람도, 정보도 많지 않다. 필자는 페로 아일랜드를 4번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두 차례에 나누어 그간의 경험과 정보를 정리해 페로 아일랜드라는 낯선 나라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페로 아일랜드 제프 마을
제프 (Gjogv) 마을

페로 아일랜드를 다녀왔다. 또

'또'라고 하는 이유는 이번이 4번째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방문은 2009년 4월이었다. 페로 아일랜드는 작은 나라다. 제주도보다도 작다. 면적이 겨우 1399 제곱킬로미터다. 인구도 우리나라 종합대학교 두 개를 합친 정도인 5만 3천 명이다. 나는 적어도 2009년 4월까지 세상에 이렇게 작은 나라가 존재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컨 아일랜드의 인구는 겨우 56명이란다. 그런 초초 초미니 국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페로 아일랜드를 다녀온 후였다. 2007년 <내셔널 지오그래피>는 여행전문가 522명에게 과제를 주었다. "여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111개가 있습니다. 순위를 정해 주세요." 그 111개의 섬 중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발리 (27위), 사이프러스 (32위), 푸껫 (37위)도 있었다. 그리고 제주도 (21위)도 있었다. 그런데 그중 1위로 뽑힌 섬은 <페로 아일랜드>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안전하고, 오염되지 않은 섬으로 무명의 섬, 페로 아일랜드가 뽑힌 것이다.

18개의 섬, 19개의 터널

섬
페로 아일랜드는 18개의 섬으로 이루어져있고 섬들은 터널로 이어져있다

북위 62도, 북해 한가운데 (아이슬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중간)에 떠있는 작은 섬 페로 아일랜드는 남에서 북으로 113 킬로미터, 동에서 서로 75 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국토 면적이 1,393 평방 킬로미터로 1,849 평방 킬로미터인 제주도 보다도 작다 남북의 꼭짓점을 찍는데 차로 2시간이 안 걸린다. 그 작은 섬에 5만 3천 명 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페로 아일랜드는 18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페로 제도> 혹은 <페로 군도>라고도 불린다. 해안은 주로 절벽으로 바다와 마주하고 있고 절벽의 높이는 가장 높은 것이 882미터에 이른다. 섬과 섬 사이는 80%가 해저와 산을 관통하는 터널과 다리로 이어져 있고 나머지 섬들은 페리와 헬리콥터로 왕래한다. 페로 아일랜드엔 총 19개의 터널이 있는데 그중 Norðoyatunnilin (발음 불가능)는 길이가 무려 6.3 킬로미터로 해저면으로부터 150 미터 깊이의 암반을 뚫고 건설한 것이다.

페로 아일랜드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정확한 시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영국의 고고학자 마이크 처치(Mike J Church)는 몇 가지 근거를 들어 바이킹이 페로 아일랜드에 발을 딛기 훨씬 이전인 기원전 4세기에서 6세기 사이에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혹은 스칸디나비아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정착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고 최초의 이주민이 아일랜드 성직자(신부) 였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이고 추측일 뿐이다.

페로 아일랜드는 엄밀하게 말하면 덴마크령이다. 하지만 1948년부터 발효된 자치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독립된 의회와 총리, 33명의 여야의원, 그리고 그들만의 언어와 국기가 있어 독립국으로써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페로 아일랜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회를 가지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로 꼽히는데 그 이유는 의회의 전통이 바이킹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로 아일랜드를 덴마크령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 위상이 완전한 독립국가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정쩡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5만 명이 겨우 넘는 적은 인구다. 자체화폐를 만들어봐야 국제사회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그래서 덴마크 크로나를 사용한다. 인구가 워낙 적다 보니 군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로 사람들은 덴마크로부터의 독립문제를 놓고 오랜 세월 찬반논란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실제 2011년엔 자신들만의 헌법을 만들었었다. 그런데 덴마크가 자체 헌법을 가지고 싶으면 독립을 선언하라고 엄포를 놓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그래서 아직도 사법 시스템은 덴마크에 의존하고 있다. 페로는 페로대로 덴마크는 덴마크대로 절묘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양들의 섬

페로 아일랜드는 나라 전체가 초록색 잔디로 덮인 구릉지대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집, 바다가 보이지 않는 언덕, 계곡, 들판은 없다. 굽이굽이 흐르는 자동차 도로도 내내 바다를 끼고 있다. 그런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있으니 바로 양이다. 절벽에도, 계곡에도, 심지어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가에도 양들이 있다. 전국적으로 7만 마리에 이른다고 하니 사람보다 많은 양들이 페로에 살고 있는 셈이다. 사실 '페로'라는 섬 이름도 '양들의 섬'이라는 뜻이다. (Fa는 노르웨이의 고어로 '양'을 뜻하고, roe는 덴마크어로 ''섬'의 복수, 즉 '섬들'이라는 뜻이다.). 페로 사람들은 양고기를 말려서 저장해 놓고 먹는다. 사람숫자보다 많은 양들이 들판에서 풀처럼 자라고 있지만 워낙 소비가 많아 부족한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양
페로는 양들의 섬이라는 뜻이다. 이름으로만 보면 나라의 주인이 양들인 셈이다


페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스칸디나비아어의 고어에 해당한다. 오늘날 노르웨이나 덴마크 사람들이 수천 년에 걸쳐 진화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페로 사람들은 수백 년 전 스칸디나비아어의 뿌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거다. 페로어는 세계에서 가장 적은 인구가 사용하고 있는 소수민족어 중에 하나다. 하지만 페로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할 수 있다. 무슨 소리냐고? 1327년 페로 아일랜드의 인구는 4천여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53,615명 (2022년 Statista 통계). 페로의 출산률이 유럽에서 꽤나 높은 축에 속하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더 많은 인구가 페로어를 사용하게 될게 확실하다는 이야기다.

공항

지난해 방문 때까지만 해도 페로 공항엔 (Vagar Airport) 입국심사가 없었다. 그저 허름한 시골공항으로,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건물로 들어가면 바로 짐을 찾는 곳이었다. 입국도장도 찍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2014년)는 제법 공항의 면모를 갖춘 모습이다. 공항경찰이 입국입사도 하고 여권에 도장도 찍어준다. 페로 아일랜드 유일의 공항인 보가르 공항 (Vagar Airport)은 1942~1943년 사이에 영국 공병대에 의해 만들어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대가 나치 독일의 패권에 맞서 북대서양의 통제를 강화할 목적으로 페로 아일랜드를 장악하고 있을 시기였다. 활주로가 코앞에 펼쳐져 있는 호텔에 머물러도 소음공해는 없다. 영국과, 덴마크, 노르웨이 사이를 하루에 한두 번, 그것도 계절에 따라 제한적으로 비행기가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필자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한적하고, 한가로우면서 조용한 공항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현금은 덴마크 크로나로 미리 바꾸어 가는 것이 좋다. 공항에 환전소가 없기 때문이다. 단,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이 없다고 해서 크게 불편할 일은 없다.

선박
생선


페로 아일랜드의 주요 산업은 어업이다. 수출의 97%를 차지한다. 대구와 청어 고등어가 주 어종인데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등 많은 나라에 수출한다. 그렇다고 페로 아일랜드의 모든 사람들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어부는 1000여 명에 불과하단다. 나머지 인구는 뭐 하냐고? 공무원도 있고, 청소부도 있고, 요식업, 숙박업, 건축업 종사자도 있고, 학교 선생님, 조선소 노동자, 언론인, 예술가 등등 나라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비록 인구는 5만 명이 안되지만 큰 불편 없이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는 나라다.

친환경 에너지 100%에 도전

Vestmanna 항구
Vestmanna

수출도 많이 하지만 수입도 많이 한다. 석유를 비롯해 의류나 전자제품 같은 공산품, 채소나 과일 같은 농산물의 대부분을 수입한다. 기후도, 토양도 농사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감자 정도만 겨우 재배한다. 놀라운 사실 중에 하나는 페로 아일랜드의 에너지 자급률이 100%에 가깝다는 것이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45%는 수력과 풍력을 이용한 녹색 에너지다. 나머지는 아직 화석연료를 이용해 발전을 하고 있지만 점차 줄여 2030년까지 100%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페로 아일랜드의 일인당 GDP는 2021년 기준 6만 9천 달러로 우리나라 3만 6천 달러 훨씬 높다. EU 가입국 가는 아니지만 복지 수준은 북유럽 수준으로 연금문제도 없고, 교육과 의료 모두 무상이다.

그렇다고 아픔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페로 아일랜드는 1990년대 초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었다. 어획량이 급감한 데다가 생선값이 폭락한 탓이었다. 그 여파로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실업률이 10~15%까지 올라갔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덴마크 등지로 떠나야 했다. 그래도 페로 사람들이 믿을 건 바다뿐이었다. 좌절을 딛고 성실하게 바다를 일군 결과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고 2008년 아이슬란드가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을 때는 5천2백만 달러를 지원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현제 페로 아일랜드의 실업률은 유럽에서 가장 낮다. 어업과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두 번째로 큰 산업은 관광이다. 관광객의 대부분은 스칸디나비아 국가 사람들이다. (2부로 이어짐)

페로 제도 다섯 가지 여행 꿀팁 (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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