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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자유, 런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 1 를 쓴 카잔차키스의 묘비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한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가 그런 삶을 살았다는 뜻인지 이제 죽어 그렇게 살 수 있게 됐다는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든 참으로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다행스럽다” 정도의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가 그에게 딱 맞는 자유를 찾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자유’라는 것은 측정이 불가능한 추상적 개념이다. 똑같은 자유가 주어졌다고 해서 누구나 똑같은 정도의 ‘자유’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혀 자유롭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행복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진부하고 따분하게 들리지만 반박할 수 없는 진리인 것처럼 ‘자유’ 또한 그런 것이다. 를 읽어 보면 카..
오만과 편견의 도시, 바스 (앞 글 '바스는 관광지다'에 이어) 시리즈로 금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J.K. 롤링은 그녀를 모든 작가가 꿈꾸는 별과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페미니즘의 시조 격으로 알려진 작가 버지니아 울프도 그녀에 대해 여러 가지 찬사를 남겼는데 이런 말도 있었다. “여기 1800년대에 글을 쓰던 한 여인이 있다. 증오, 고통, 두려움, 저항과 설교 따위 없이 글을 쓰던 한 여자. 셰익스피어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를 셰익스피어와 비교한 것이다. 2017년부터는 10파운드권 지폐에 그녀의 얼굴이 등장했다. 그전까지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의 자리였는데 화폐 디자인의 진화로 새로운 얼굴에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다윈이 하늘나라에서 서운해하고 있지 않을까 싶지만, 다윈도 그녀의 소설을 즐겨 읽었다고 하니 ..
바스는 관광지다 바스(Bath)는 관광지다. 그냥 관광지가 아니고 해마다 130만 명이 찾는, 영국의 대표 관광지다. 인구는 10만 명이 안 되는데 말이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관광이 자원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필요하다. 바스는 그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거기에 사람 많은 관광지에서는 느끼기 힘든 약간의 낭만까지. 온천물 솟아나는 도시 바스라는 도시를 짧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바스는 2천 년 전 로마에 의해 세워진 도시다. 로마가 바스에 도시를 세운 이유 중 하나는 영국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온천물이 솟아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로마가 침략하기 전부터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켈트족은 따뜻한 물이 솟아 나오는 자신들의 땅을 신성하게 여겼다. 그래서 신전을 꾸미고 술리스(Sulis..
스코틀랜드 독립의 꿈 2 (앞 글 '스코틀랜드 독립의 꿈 1'에 이어) 2014년 8월 31일 아침, 에든버러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 달간 이어진 ‘에든버러 축제’가 끝나는 날, 들떠있던 도시는 차분해지고 에든버러 성 위로는 높고 푸른 하늘이 가을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9월 1일 저녁, 에든버러 레이스(Leith)에 있는 킷치 로드(Kitsch Road)를 찾았다. 에든버러 동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예스 스코틀랜드(YES Scotland)’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지역본부가 위치한 길이었다. 길가에 조그만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주위로 열댓 명이 모여있었다.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안 도밋이 속속 도착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함께 움직일 파트너를 정해주고 있었다. “처음이죠? 그러면 마이클과 함께 다니시면 될 것 같아요..
스코틀랜드 독립의 꿈 1 스코틀랜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스카치위스키, 에든버러 축제, 백파이프, 네스호의 괴물 그리고 영화 ‘브레이브 하트’ 이것뿐일까? 한번 천천히 꼽아보자. 의 작가 코난 도일, 의 저자 J.K. 롤링, 007 사나이 숀 코네리, 을 쓴 애덤 스미스,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흄,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레이더를 발명한 로버트 왓슨, 축구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알렉스 퍼거슨,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힉스 입자의 주인공 피터 힉스가 모두 스코틀랜드 출신들이다. 세계 최초의 컬러 TV, 복제양 돌리, 우표, 전화기, 실내변기, 그랜드 피아노, 냉장고, 팩스머신, MRI 스캐너, 전자레인지, 무선전화, 현금지급기는 모두 스코틀랜드에서 발명된 작품들이고 말이다. 이밖에도 ..
저항의 도시, 루이스 는 총 3부로 나누어 소개할 예정이다. 1부는 , 2부는 , 3부는 이다. (앞 글 '마을, 역사의 화석이 되다'에 이어) 혁명이 있는 곳에 그가 있었다 토마스 페인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어떤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지 일깨우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주장하며 봉건제도를 비판했다. 미국이 독립했을 때 어떤 이익을 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토마스 페인은 미국뿐 아니라 13개 식민지 국민에게 똑같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라”라고 외쳤다. 토마스 페인은 혁명군(독립군)으로 직접 참전하기도 했다. 종군 중에도 그는 라는 책을 써서 “싸움이 격렬할수록 승리는 빛난다”며 전쟁을 독려했다. 는 예비역들이 재입대를 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776년, 마침내 미국은 독립했고 토마스 페인은 ‘미국..
마을, 역사의 화석이 되다 는 총 3부로 나누어 소개할 예정이다. 1부는 , 2부는 , 3부는 이다. (앞 글 '영국은 어디가 제일 좋아요?'에 이어) 2부 종교개혁과 토마스 페인 편 루이스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영국은 영국 성공회(Church of England)라는 게 국교다. 프로테스탄트 혹은 개신교라고도 한다. 성공회가 생기기 전에는 로마 가톨릭이 영국의 국교였다. 왕이 이혼하려면 로마에 있는 교황청으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하던 시절, 악명 높은 헨리 8세가 권좌에 있었다. 당시 헨리 8세의 아내는 아라곤에서 온 공주 캐서린이었다. 캐서린은 카스티야 왕국의 공주이기도 했다. 아라곤은 오늘날 스페인 피레네산맥에 있는 자치구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곳이다. 카스티야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지역에 존재하다가 1715년에 사라진 왕..
영국은 어디가 제일 좋아요?-루이스 는 총 3부로 나누어 소개할 예정이다. 1부는 , 2부는 , 3부는 이다. 1부 몽포트 편 “어디가 제일 좋아요?” 영국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자주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다. 유명 관광지 위주로 몇 곳을 소개한다. 성의 없는 줄 알지만, 묻는 이의 취향을 알 수 없는 나로서는 최선의 대답이다. ‘유명’이라는 단어에 ‘객관성과 보편적 취향’의 최대치가 담보되어 있다고 믿으므로. 그런데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따로 있다. 영국 남부, 바다가 가까운 곳에 루이스(Lewes)라는 마을이 있다. 언제 생긴 마을인지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 고고학자들도 “아마 인류의 탄생과 나이가 같을 겁니다” 정도로만 말하는 곳이다. 그냥 보기엔 적당한 크기에 아담한 시골 마을이다. 사실 마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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