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목록 (36) 썸네일형 리스트형 마야문명과 지구종말론 사실, 매 순간 누군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망할 놈의 세상"이라는 푸념이 아니라도 인류가 어떤 날에 망할 거라는 '종말론'은 늘 존재했다. 그런데 예언은 늘 빗나갔고, 종말은 아직까지 찾아오지 않고 있다. 1999년에 온다던 예언도 2012년에 온다던 예언도 아무 일 없이 그냥 지나갔다. 2017년 9월 20일에 니부르(Niburu) 라는 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3일 후인 23일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도 빗나갔다. 사실 그건 예언도 아니고 거짓말이었다. 미항공 우주국 나사는 니부르라는 별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어떤 별이든 지구 가까이 접근한다면 태양계 안으로 들어오기 최소 10년 전에는 천문학자들이 발견해 추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38년 4월 25일에 종말이 온다는 예언도 있지만 그 역시 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네스버러 (앞 글 '우연한 발견'에 이어) 마을에서 나와 다리를 건너 니드 강가에 있는 숲길로 접어드니 다소 조잡해 보이는 혹은 소박해 보이는 나무 조각상들이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요정, 마녀 같은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었다. 숲과 조각상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마더 쉽톤의 동굴이 나왔다. 안으로 들어가 봤다. 그 안에는 소원을 빌 수 있는 우물이 있었다. 소원을 빌 때는 물에 손을 살짝 담그고 속으로 빌어야 한다고 했다. 손은 바람에 말리고 소원은 이루어질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소원을 빌지 않아도 되도록 해 주세요” 하고 빌었다. 그때 빈 소원은 여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발설을 해 버렸으니 이제 이루어질 가망성도 사라졌다. 다음에 다시 가서 빌어봐야겠다. 똑같.. 우연한 발견-네스버러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아니면 가급적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다. 속도를 즐기지 않을뿐더러 장시간 이어지는 단조로운 풍경이 피로와 졸음을 부르기 때문이다. 국도나 시골길을 이용하면 길을 따라 피어난 꽃과 나무, 숲과 초원을 감상할 수 있다. 멈추고 싶을 때 언제든 멈추고 쉬어갈 수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마을을 발견할 기회도 생긴다. 그날도 그랬다. 두어 시간 건조한 차 안에만 있었더니 눈이 뻑뻑했다. 그래서 조금 쉬어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들른 마을이었다. 골목 하나를 통과하니 중세시대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Market Place)이 펼쳐졌다. 마을 구경이 하고 싶어 졌지만 카페인 충전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찻집을 찾았다. 쇼윈도가 하얀색 격자무늬 창으로 .. 중세감옥 잔혹사-버로우 마켓 (앞 글 '딱 한곳만 볼 수 있다면'에 이어) 클링크 스트릿 1번지 건물 벽에는 ‘가장 악명 높은 중세시대 감옥(The Clink 1151-1780, Most notorious medieval prison)'이라고 쓰인 파란색 동판이 붙어있다. 그리고 지하에는 귀신의 집처럼 무시무시한 감옥 박물관이 있다. 맞다. 그 건물은 한때 감옥이었다. 그것도 ‘가장most’이라는 표현이 붙을 만큼 악명 높은 감옥이었다. 오해하면 안 된다. 연쇄살인범 같은, 잔악무도한 범죄자들을 가뒀던 곳이라는 뜻이 아니다. 감옥 자체가 지옥이었다는 뜻이다. 감옥을 등지고 클링크 스트릿을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또 하나의 볼거리인 오래된 범선이 있다. 1577년부터 전 세계를 돌며 금은보화를 약탈해 오는 데 쓰였던 배다. 좋게 말하면.. 딱 한 곳만 볼 수 있다면-버로우 마켓 런던에서 딱 한 곳만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디를 택할까? 대영박물관? 테이트 모던 갤러리? 타워 브리지? 헤롯백화점? 아니면 시장?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니 선택도 다양하겠지만 나라면 주저 없이 시장을 선택할 것이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일단 박물관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봐도 뭐가 뭔지 모른다. 현장에서 뭐가 뭔지 알려고 하면 한계도 있거니와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 지적 결핍을 느끼면서 머리에서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건 덤이다. 로제타 스톤을 보고도 웬 돌덩어리지? 하고 지나치는 자신을 상상해 보자. 백화점은 그냥 백화점이다. 어느 나라나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벅스나 맥도널드처럼 말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더 중요한.. 도심 속 건축 박물관, 더 씨티 더 씨티는 금융시장이다. 음식이나 물건이 아니라 돈을 팔아 돈을 번다는 것이 다를 뿐 버로우 마켓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워낙 돈이 많은 곳이다 보니 상점들이 잘 지어진, 폼나는 건물들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더 씨티를 걸을 때마다 “더 씨티는 하나의 거대한 건축 박물관이구나” 느끼곤 한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꼽히는 타워 오브 런던은 1078년에 세워졌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인 타워 브리지는 1894년에 완공됐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604년에 처음 지어져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기를 4번이나 반복한 끝에 1710년 오늘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도시 속의 도시, 바비칸은 1960년대에 건설됐다. 더 씨티는 그렇게 천 살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페로 아일랜드-2부 페로 아일랜드는 연중 내내 흐리고, 바람도 많고, 춥다. 아니 선선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2022년 기준으로 가장 더울 때가 14도, 가장 추울 때가 0도 (체감온도는 -8도)였다. 그리고 일 년에 302일 비가 왔다. 거의 매일 한 번은 비가 내린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해가 가장 짧았던 날은 12월로 5시간, 해가 가장 길었던 날은 6월로 20시간이었다.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겨울엔 1~2시간, 여름엔 5~6시간 정도였다. 혹자는 그 비 오고 추운 데를 뭐 하러 가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보다는 햇살 좋고 모래알 반짝이는 남태평양으로 가는 게 낫지 낳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그런데 잊지 마시라. 페로 아일랜드는 522명의 여행전문가가 선정한 지상최대의 낙원이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페로 아일랜드-1부 페로 아일랜드 (Faroe Island)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상 모든 이들에게 낯선 섬나라다. 그래서 페로 아일랜드를 직접 다녀온 사람도, 정보도 많지 않다. 필자는 페로 아일랜드를 4번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두 차례에 나누어 그간의 경험과 정보를 정리해 페로 아일랜드라는 낯선 나라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페로 아일랜드를 다녀왔다. 또 '또'라고 하는 이유는 이번이 4번째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방문은 2009년 4월이었다. 페로 아일랜드는 작은 나라다. 제주도보다도 작다. 면적이 겨우 1399 제곱킬로미터다. 인구도 우리나라 종합대학교 두 개를 합친 정도인 5만 3천 명이다. 나는 적어도 2009년 4월까지 세상에 이렇게 작은 나라가 존재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