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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안에 런던, 더 씨티 독립 도시 '더 씨티' 미국의 월 스트리트와 함께 세계 금융시장을 이끌고 있는 더 씨티 The City는 런던 한복판에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더 씨티’가 뉴욕의 월가나 서울의 여의도처럼 런던의 한 지역이라고 알고 있다. 오해다. ‘더 씨티’는 정식 명칭이 ‘씨티 오브 런던 City of London’이다. 딱 여의도 크기인 87만 7천 평인데 런던 속에 있지만 엄연히 독립된 도시다. 독립된 시장, 독립된 경찰, 독립된 세금 시스템, 독립된 국기를 가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국 국회의 의결사항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공식적으로는 여왕도 ‘씨티 오브 런던’ 시장의 허락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이제부터 편의상 ‘더 씨티 The City’라고 하겠다. 더 씨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지막 기록-스코틀랜드 스털링 브릿지 일주일 만에 두 번째 스코틀랜드행이었다. 이번엔 피로를 무릅쓰고 장거리 운전을 택했다. 런던에서 스코틀랜드까지 오는 동안 아침이 저녁이 되고, 저녁이 밤이 되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꼭 들러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도시는 어둠이 밀어 넣은 고요함에 빠져 잠들어 있었지만 다리는 몇 개의 조명과 함께 깨어 있었다. 평범하게 생긴 중세시대 돌다리였다. 영국에서는 다소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돌다리. 그런데도 굳이 그날 밤 그 다리가 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 다리가 다름 아닌 스털링 브리지였기 때문이다. 이제 날이 밝으면 사람들은 투표소로 갈 것이었다. 그리고 영연방으로 함께했던 300년 동거를 끝내고 독립국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한 시대와 작별을 앞둔 마지막 순간, 그 밤에 스털..
천년의 전설, 네스호 네스호에 괴물이 살 가능성 천오백 년을 이어 내려온 전설이 있다.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그 전설을 직접 경험했다고 증언했고, 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그 증언의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스코틀랜드 네스호 이야기다. 네스호에 괴물이 있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괴물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네스호에 산다는 네시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가장 오래되었고, 목격자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네스호는 스코틀랜드 북부, 다시 말해 하일랜드 지방에 있는 길이 약 36km, 너비 약 1.6km의 좁고 긴 호수다. 깊이는 대략 230m 정도라고 한다. 칼레도니안(Caledonian) 운하를 통해 북해와도 연결이 되어있다. 네스..
마법사의 귀환-웨일즈 앵글씨 드루이드 한 명이 탄생하는 데는 평균 20년이 걸렸다. (앞 글 '사라진 마법사'에 이어) 드루이드는 5~6세부터 정치와 법률, 철학과 종교, 의료, 천문학, 자연과 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식을 습득해야 했고 그만큼 절대적인 지도자로 추앙받았다. 드루이드는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다른 생명으로 옮겨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고 믿었는데 그래서 켈트족이 그렇게 용맹했다는 견해도 있다. 그들에게 목숨은 한 개가 아니었던 것이다. 드루이드에게는 여러 가지 특권이 있었는데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며, 범죄를 저지르거나 불경한 행위를 한 사람을 부족에서 추방할 수도 있었 다. 어떤 경우에는 전쟁 중 전투를 중지시킬 수도 있었다고 한다. 여성 드루이드는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았고 이혼을 ..
사라진 마법사-웨일즈 앵글씨 잉글랜드에서 웨일즈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이런 도로 안내 표지판을 보게 된다. . 웨일즈는 영어와 웨일즈어,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한다. 한때 영어 사용을 강요당하기도 했지만 1930년대부터 사라지는 웨일즈어를 지켜야 한다는 운동이 일면서 지금은 학교에서도 웨일즈어를 정식 교과과정으로 가르친다. 그래도 생활언어는 여전히 영어이기 때문에 웨일즈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인구는 30%가 안 되고 그마저도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다. 웨일즈 인구가 3백만 명 조금 넘는 정도니까 90만 명 정도가 웨일즈어를 사용할 줄 아는 셈이라고 보면 되겠다. 유네스코는 웨일즈어를 사라질지도 모르는 ‘취약 언어’로 지정해 놓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개월에 하나씩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잘 버티고 있던 셈이다. 아무튼 ..
영국, 그 이름의 탄생-에이브베리 (앞 글 '돌보기를 금처럼 한 사람들'에 이어) 에이브베리와 스톤헨지는 여전히 드루이드리, 위카, 히텐리 같은 현대 이교도들에게 신성한 장소다. 에이브베리는 무료다. 스톤헨지는 꽤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스톤헨지도 1년 중 해가 가장 긴, 6월 20일, 하지 때는 무료로 개방을 한다. 그날만큼은 울타리도 없고 접근에 제한을 두지 않아서 돌을 올라타고 만질 수도 있다. 두 장소 모두 하짓날에는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수많은 이교도와 히피들이 몰려든다. 밤부터 새벽까지 돌 사이로 신비롭게 지고 뜨는 해를 보며 어떤 이는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이는 시를 읊고, 어떤 이는 주술을 외우고, 어떤 이는 그들 나름의 의식을 치른다. 에이브베리와 스톤헨지를 세운 주인공은 물론 알 수 없지만 기원전 2~3천 ..
5대 600으로 맞짱뜬 여자-코프캐슬 본머스(Bournemouth)는 영국 남부의 해안도시다. 큰 도시를 기준으로 동쪽 끝이 도버(Dover), 서쪽 끝이 플리머스(Plymouth)라고 한다면 딱 중간에 있다. 본머스는 깨끗한 휴양도시이자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사는 평화로운 도시지만 대학도시 이기도해서 젊은이들의 활기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어학교도 많아서 영어를 공부하려는 전 세계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시내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11km에 이르는 긴 백사장이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다. 곳곳에 키 큰 나무와 푸른 잔디가 깔린 공원도 참 많다. 대도시생활로 일과 인간관계에 지친 마음을 추스르기에 딱 좋은, 아담한 도시다. 나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본머스에서 살았고 지금도 해마다 서너 번씩 방문을 한다. 본머스 주변에는 아름..
돌보기를 금처럼 한 사람들 영국 고고학의 선구자-에이브베리 3인방 아이삭 뉴턴의 친구 윌리엄 스턱클레이 (앞 글 '시간여행'에 이어) 윌리엄 스턱클레이(William Stukeley)는 인생을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간 인물이었다. 1687년에 태어나 대학을 가기 전까지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일했고 대학에 가서 의학을 공부한 후에는 의사로 일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고고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살던 동네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로마 동전을 모으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할 때도 틈틈이 도시 밖으로 나가 화석을 채취하고는 했다. 그런 그 인지라 그는 의사가 되어서도 틈틈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유적지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고고학에 더 깊숙이 빠져들었다. 그는 1707년에 만들어진 고고학협회(Soc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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